결혼할 때 부모님의 허락은 당연한 것인가?

 

한국엔 유독 '애어른'들이 많거든. 몸과 나이는 어른인데, 정신 수준은 어린이 인거야.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게 곧 어른인데, 결혼 승낙을 필수로 생각하며 결혼의 결정을 부모님께 의지하는 것부터가 어른이 덜 되었다는 증거지. 나이 서른에도 스스로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거든. 부모형제를 `원가족`이라고 하는데 원래 결혼하면 이 원가족과는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하는 거야. 친근하게 지내되 경제적/정신적으로 독립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거라구.

 

근데 실상을 보면, 남편 쪽 부모님은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축복해주는 게 아니라, 원가족이 분리되지 않은 채 며느리가 거기에 추가되었다고 착각을 하는 거야. 친정 쪽에서도 마찬가지지. 양쪽에서 동상이몽이 일어나는 거야. 결국엔 남편은 '남의 편' 소리 듣고, 시댁이 가족을 좌지우지 하려 하지. 마찬가지로 아내는 '안해!' 소리 해가면서 친정 편을 들고, 친정이 가족을 들었다 놓지. 가정은 시월드와 처월드가 한판 화끈하게 붙는 전쟁터로 변하고 말지. 최근 남성의 이혼사유 1위가 장서갈등이니 알만한 지경이지.

 

결국엔 새로 탄생된 부부의 앞날을 대신 판단해주고 결정해주는 게 시댁과 친정으로 변해 버린 거야. 이게 잘못된 것인 줄 모르고 당연하다고 여기고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거든. 그들은 이것을 대부분 효도라고 착각해. 그러니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만남이라는 이야기를 흔히 하는데, 이 말이 결혼의 실질 주체들은 집안 어른들이니 집안 어른들의 눈치를 살펴라라고 잘못 해석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 걱정이야. 원래는 결혼 전에 상대편 집안의 문화를 잘 살피고 문화가 너무 다르면 만나지 말고, 조금 상이하더라도 충돌 없이 잘 살아가라는 뜻인데 말이야.

 

 

책임도 못지면서 최종 결제는 하시겠다?

 

문제는 결혼생활의 시작과 과정 모두 양쪽 어르신들이 관여하고 결정하지만, 정작 그분들이 책임져주지는 않는다는 거야. 남녀 스스로 책임 질 수도 없고. 부장님이 최종 결제자면 부장님이 책임져야 하는 것처럼, 부모님이 최종 결제자라면 부모님이 최종 책임자인 거야. 불행하거나 이혼으로 치닫게 되면 자녀는 결국 부모님 탓을 할 수 밖에 없어. 또한 남녀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별다른 교훈마져 얻을 수 없지. 그래서 재혼생활마저 실패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결국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문제라면 스스로 판단 결정해야 하는 게 원칙인 거지. 부모님 허락이 그렇게 중요하거든 차라리 프로포즈를 상대 부모님께 하는 게 맞지. 안그래?

 

이거 잘못되어도 한창 잘못된 거다. 결혼에 부모님의 `허락`이 꼭 필요하다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 저 사람은 아직도 부모님한테 인생 저당 잡혀 사는구나~ "라고 판단해도 된다. (`동의` `필수`라면 결국 허락과 같은 말이야.) 그럼 물어봐. 부모님이 만약 끝까지 결혼 반대했으면 결혼 안했을 거냐고. 아마 결혼 안했다고 할거야. 그런 부부는 그렇게 결혼할 때 마저도 서로에 대한 열정이 시시했던 부부였던 거야. 사랑이 약하니 이제 양가에서 서로 간섭하고 들어오는 것 때문에 일어나는 분쟁이라도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인 유약한 애어른이지. 하지만 모순적으로 간섭이 많아질수록 분쟁은 끊이질 않지.

 

 

문제는 배려심이야, 이 바보야. (클린턴 패러디 돋네)

 

아마 집안 차이가 많이 나서 결혼이 파탄에 이르거나 힘든 지경에 처한 많은 부부들 예를 들고 싶을 수도 있어. 하지만 혼인 파탄의 결정적인 원인은 사실 집안 문화차이/ 경제력 차이가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전제로 하여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배려해주는 과정이 부족했음이야. 그 과정에 양쪽 어른들이 자꾸 끼어드니까 대화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겠지만 말야. 조금 도움을 받는다 싶은 쪽은 염치가 있고, 도움을 주는 쪽은 배려심이 있었다면 일이 그렇게 크게 벌어지지는 않아.

 

`집안 차이`는 결혼생활이 불행하거나 실패한 사람들이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흔한 변명이라고 볼 수 있는 거지. 결혼실패는 내 탓이 아니라 양가 집안 탓이다... 끝까지 책임을 안 지려는 건 애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 애들은 항상 남 탓하잖아. 어른이라면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지. 양쪽 집안에서 방해했다고 변명 안했으면 좋겠어. 결국 그 인터셉트를 막지 못한 건 당신이잖아. "불효자"니 뭐니, "평생 안보겠니" 그런 시덥잖은 협박에 굴복한 거지. 부부가 서로 불행하며 질질질 인생 끌려다니는 게 무슨 효도야.

 

 

양가 문화 차이에 대한 고려는 결혼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야

 

물론 이글은 양가 문화 차이를 고려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야. 예를 들어 죽어도 기독교 문화를 고집하는 집과 독실한 불교 집안이 만나면 결혼식부터 시작해서 제사 등에 관해서 사사건건 부딪히기 쉬워. 이런 건 물론 결혼할 생각이라면 잘 살펴봐야 해. 하지만 그 주체가 결혼 당사자들이어야지 그분들의 부모님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이야. 충고일수 있지 않냐고? 맞아. 그래서 충고와 간섭을 구별하는 방법을 알려주겠어. 한번 말하는 건 충고지만 두 번 말하는 건 간섭이야. 당신이 수용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는 건 충고. 하지만 당신이 수용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따르는 것은 간섭이야. 잘 기억해두길 바래.


 

조심할 점 : 당신이 젊어서 치열하게 썸을 타고 연애하고 사랑하고 고민하고 헤어지며 가슴 아파하는 과정을 통해 이성을 보는 눈을 기르지 않았다면 결국에 가서는 부모님의 코치에 의존하게 될 수 밖에 없어. 배우자를 스스로 결정하는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이성을 정확히 보는 `능력`이 전제되어야 함을 잊지 말 것. 그런 능력이 어느 정도 갖춰지기 전까지는 섣불리 결혼하려고 하지 말자. 인생 한번 살지 두번 사는 거 아니니 졸라 신중해지라구. 그럼 화이팅!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