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녀 모두 좋은 제도 ]

문제의 현상만 덮기에 급급한 제도가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는 제도. 시민 모두의 삶의 질이 올라갈 수 있는 좋은 제도를 소개하고자 할까 한다. 


1. 노동시간 단축

- 한국 여성들은 맞벌이 조차도 여성이 가사일을 더 많이 한다고 불평한다. 비록 통계조사에서 여성이 가사일을 더 많이 하는 시간 만큼 (3시간), 남성의 일하는 시간과 출퇴근 시간이 더 길었다는 것이 함정이긴 하지만, 아무튼 남편이 집에 와서 집안일 좀 도와주는 것을 보고 싶거든 노동 시간 단축만큼 좋은 카드가 없다.


- 선진국 남자들은 집안 일을 잘 도와준다고 여성들은 부러워한다. 근데 그 선진국 남자들이라는게, 오후 4시에 퇴근하고, 5시에 칼퇴근 하는 남자들이다. 독일에서 저녁 되면 거리가 썰렁하고 가게 문도 거의 안 열 정도라고 하니까 다 집에 돌아가 들어 앉아 있는 것이다.


- 즉, 갓양남이 원래 친절해서 그런 게 아니라, 해 지기 전에 퇴근하고 사실 해가 지면 갈 곳도 없고 하니 집으로 갈 수 밖에 없고. 집에 가 앉아 있자니 자연스럽게 살림 육아를 도와주게 되고 그게 더 맞는 설명이다. 이건 갓양남 매너 굿굿이 아니라 선진국의 시스템이 부러운 것이다. 그 정도만 일해도 그 정도 효율이 나오는 건 더 부러운 일이고.


- 또한 한국의 강도 높고 긴 노동시간은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데, 현재 멕시코에 이어서 2위라나 뭐라나. 수십년간 1위 하다가 겨우 2위로 내려 왔나보다. 아무튼 이렇게 긴 노동시간을 견뎌낼 수 있는 `워킹맘`은 많지 않다.


- 애 키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자신도 저녁에 7시, 8시에 퇴근하자니 애 봐달라고 할 사람도 마땅치 않고 보육원에서는 애 너무 늦게 데리러 온다고 자꾸 싫은 티를 팍팍 낸다. 애도 엄마 얼굴을 너무 못보니 짜증이 늘고 힘들어하는 것 같다. 아침마다 헤어질때마다 전쟁이다. 직장에선 직장대로 눈치를 봐야하고. 결국 일을 그만 두게 되는 것이다.


- 이런 연유로 출산휴가 다 쓴 후에 직장 복귀가 힘들어지는 사정들이 발생한다. 애 초등학교 3학년이라도 되어서 직장 복귀할라고 치면 긴 경력 단절 때문에 학력은 고졸이랑 다를 바 없어지고 수입은 50%, 30% 수준으로 떨어지기 일쑤다. 그러니 이런 게 여성들에게 가장 강력하고도 엄존하는 유리천장이 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일을 적게 하고 빨리 퇴근하면 남성들도 저녁이 있는 삶, 여유 있는 삶을 즐길 수 있고, 저녁에 아내에게 잘하고 자녀 양육도 함께하게 된다. 노후에 아내에게 개차반 취급 안당해서 좋고, 자녀들이 엄마 편만 들어주는 서러움을 안 당해서 좋다. 아버지도 아버지 노릇 하고 싶다. 하기 싫어서 안하는 사람? 별로 없다.


- 그러니 이 부분은 우리나라가 돈만 잘버는 돈벌레들이 아니라 저녁이 있고 가족이 있고 여유가 있는 사람사는 맛 나는 세상으로 가기 위해서라도 꼭 관철되어야 한다. 지금도 너무 많다. 1년 연봉 정해놓고 일 시키는 건 무한대로 시킬 수 있는 포괄임금제 따위는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현대판 노예도 이런 염전 노예가 없다.


- 부수적으로 업무 시간이 줄어들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현재는 직업 있는 사람은 일에 치어 죽고, 직업 없는 사람은 굶어 죽는 구조이다. 소수 자본가 외에는 모두 불행한 사회다.


2. 남녀 출산 의무 휴가제.


- 출산 휴가 여자만 받게 하지 말고 남자도 의무적으로 받게 하자. 일단 출산 휴가를 여자만 받게 하면 고용주는 이런 유혹이 생긴다. 저 여자 뽑으면 나중에 출산 휴가 쓸테고 그럼 업무 차질이 벌어지겠지? 그러니까 어지간하면 남자 뽑자. 이런 사람이 없어질 것이다. 어차피 남녀 둘다 쓸테니까.


- 아이가 한살 미만일 때가 사실 손이 가장 많이 가고 엄마가 밥 차려먹기도 힘들고, 똥 싸기도 힘들고, 제일 짜증나는 것이 잠을 제대로 못 잔다는 것이다. 애가 2~3시간마다 한번씩 깨고 애가 밤 낮 바뀌면 헬도 그만큼 헬이 없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아내와 자녀에게도 아빠가 필요하다 이거다.


- 아빠가 아내와 함께 가장 힘들 때 공동양육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아내도 남편이 고마울 것이고, 남편도 오랜만에 일에서 해방되어서 가족을 돌볼 수 있어 기쁠 것이다. 이걸 법정 의무로 하지 않고 선택제로 하게 하면 또 눈치 보느라 쓸 수가 없으니 이걸 의무로 박아놓고 지켜지지 않으면 엄청난 벌금이나 행정 제제를 가해야 한다. 그럴려면 지금의 몇명 안되는 근로감독관을 한 10배 정도로 늘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이것은 남녀 모두에게 좋은 것이다. 출산율 제고에도 아주 좋다. 다만, 재계나 사용자 측에서는 불만이 생기겠지. 출산휴가 쓰면 사용자보다 오히려 주위 직원들이 욕을 한다. 저 애 빠져서 우리 업무 부담이 늘어난다고.


아니 이게 무슨 헬조선 같은 소리야? 사람이 줄어들면 줄어드는 만큼 대체 인력을 써야 하는 의무가 있는 건 사용자지. 그럼 모두 애 낳지 말고 30년 내에 대한민국 망해 볼까나? 아니면 여성교육 다 금지시키고 이슬람처럼 애만 낳게 할까?


동료를 욕하지 말고 사용자를 욕해야 하고, 그 사용자에게 대체 인력 고용을 강제하지 않는 현 사법 시스템, 더 나아가서는 그런 정치인을 뽑지 않은 우리 스스로를 탓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다.


오늘 갑자기 위 두가지가 뿅 하고 생기진 않을 것이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재계나 사용자는 온갖 앓는 소리를 하면서 뱃대지에 기름기 닦는 소리를 할 것이며, 보수신문들은 온갖 방해공작을 펼칠 것이다. 하지만 더 적게 일하는 것이 시대 정신에 맞다.


노르웨이 핀란드처럼 하루 6시간 일하고 살진 못해도 적어도 주5일제에 6시 칼퇴까지는 하고 살아야 하지 않겠니? 개돼지도 아니구 말이야.


아울러 오늘밤도 밤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많은 자영업자분들도 환경이 개선되길 기대한다. 사실 직장인은 그렇다 쳐도 1인 자영업 하시는 많은 가게 점빵 아줌마 아저씨들은 정말 365일 , 24시간 근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일만 하시는 중이라 ...


위 두 가지가 해결된다면, 유리천장 논란이 일거에 사라질 것이다. 왜냐면 채용부터 승진까지 남녀에게 똑같은 룰이 적용되는 것이라 (물론 업주들이 독신들을 더 채용할 것 같으면 독신도 의무 안식년제를 먹여버리든지) 그때부턴 정말 능력 싸움이기 때문이다.


경력 단절 없이 직장과 육아살림을 병행할 수 있을 것이며, 남편도 일찍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혼자서 집안일을 다 하고 있다는 상실감 따위는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다.


사회적으론 남녀에게 모두 공평하고, 한쪽 성별에게만 특혜를 몰아주는 방식도 아니며,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도 좋고, 인권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기 때문에.


다만, 재계나 수꼴의 반발을 어케 극복해 내느냐가 문제다. 남녀가 치고 박고 싸울 동안에 저 높이 앉아 계신 사장 회장들만 미소 짓고 있다. 모두가 일치 단결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정재계에 요구해도 될까 말까 한데 약자끼리 서로 잘했니 못했니 힘빼는 거 보기도 지친다.


ㅜ                        < 아이디어 주신 박가분 님의 `포비아 페미니즘`은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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