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아내가 경제권을 쥐는 형태의 전통적인 방식이 대세지만 각자관리 내지는 공동관리라는 방식이 점차 늘어날 겁니다. 

서양에서는 이혼이 흔하기 때문에 각자 관리(부부 별산제)가 가장 흔한 방식입니다.



결혼 전


아내는 결혼 전에도 돈 관리를 친정에서 해주던 사람입니다. 직장 관계로 타지에서 원룸 자취하면서도 한달 50~80만원 밖에 안쓰던 사람이고 돈 욕심, 물질에 대한 욕구가 전혀 없습니다. 저는 결혼 전에 돈 관리를 제 스스로 하던 사람이고 매달 입출금이 수천단위라서 돈 관리에 자신은 좀 있었지만 지겨운 측면이 많았죠. 총각 때 심심해서 취미생활에 쓰는 돈이 소소하게 있었구요.



결혼 후


결혼하고 나서 아내가 돈 관리 해본 경험이 전혀 없어서 제 통장으로 아내 월급을 이체 받아서 일단 관리를 시작합니다. 아내에겐 한도가 몇 천단위인 카드와 현금 인출 카드를 주었지만, 아내는 원체 소비를 즐기지 않습니다. 생활비 상한선도 정해준 적이 없고요.


제 용돈도 상한선이 없습니다. 한달에 100 넘게 취미생활용품을 지른 적도 있지만, 그 취미는 아내와 같이 하는 것이라서 아내는 오히려 택배 박스 보고 좋아했습니다. 한달에 교통비 외에 한 푼도 안쓰는 달도 많습니다.


그러니까 큰 덩어리의 돈은 제가 관리하고 세금이나 자동차세 아파트 관리비, 가스비 등은 제가 내되 서로 카드를 자유롭게 써서 경제권의 의미는 희미했습니다.


매월 통장에 모이는 재산 상황을 캡쳐해서 아내에게 카톡으로 보내줬습니다. 아내는 그때마다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저는 무조건 알려줬습니다. 우리집 재산 상황 그녀도 알아야죠. 


몇달에 한번씩은 한달 생활비 평균을 알려주곤 했는데, 40평대 아파트에 (지금은 55평) 저는 3천cc, 아내는 2천cc 차 한대씩 굴리면서도 생활비는 거의 200을 넘지 않습니다. (세금 제외 모든 금액을 말함. 소득세가 생활비보다 커서 논외) (해외여행비도 논외 ㅋㅋ 매년 1회)



가정 생활


물론 2달에 한번 이상은 국내여행도 잘 다니고 각종 공연도 잘 보고 다니곤 했습니다. 아내는 공연 중에 연극을 제일 좋아합니다... 아내는 옷,가방,악세사리,구두 등에 관심이 없는 대신 그나마 큰 사이즈의 생활비는 펜션 여행비입니다. 아내는 농촌 들녁만 봐도, 갈대 밭만 봐도 이쁘다고 난리 난리에요. (귀촌 고려중) 제 취미는 제 아내입니다.


저는 술을 싫어하고 취미 활동도 아내랑 하려고 합니다. 아내와 산책, 펜션 여행, 보드겜, 스마트폰 겜, 독서, 티비보기 등등 모두 같이 합니다. 불가피한 술자리에는 아내를 데리고 갑니다. 제가 돈을 쓸 때 간섭한 적은 없지만 항상 아내와 시간을 보내는 습관이 들다 보니 제 용돈 씀씀이도 극히 적어졌습니다. 아내는 전혀 잔소리가 없습니다.



아내의 돈 관리


그러다 제가 돈 관리가 귀찮아져 아내에게 맡겼습니다. 아내 월급은 아내 통장으로, 아내 신용카드 체크카드도 아내 통장에서 빠져 나가고 각종 공과금 이체금 아내가 냅니다. 여전히 저는 제 신용카드를 자유로이 쓰고 주방,생활용품도 제 카드로도 삽니다. 제 카드 비용은 제 통장에서 빠져 나갑니다. 아내는 자기가 쓴 돈이 오빠가 궁금할 수도 있다면서 스스로 결제 메시지를 제 휴대폰으로 오게 해놨습니다. 저는 항상 잘했다, 잘샀다 해줍니다.


아내가 직접 하더니 돈이 금방 없어진다며 항상 의식하면서 쓰게 된다고 합니다. 더 아끼는 건데, 저 해줄 식료품 외에는 돈을 쓰려고 하질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홈쇼핑 채널 돌리다가 아내에게 필요하지 않냐고 권하는 편입니다. 10만원 이상 물품은 가급적 합의해서 삽니다. 



아내, 우리 아내.


평소에 왜 안샀냐고 하면, 아내는 지금 있는 것으로도 충분한데 사려면 돈 아깝다고 말합니다. 결혼할 때 저희 집으로 살림을 합쳐서 주방용품도 충분하지 않을텐데 말입니다. 혼수는 김치 냉장고 하나 해왔고 아주 잘 써먹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이것 저것 살 것이 보입니다.


아내는 처녀 때보다 더 날씬해졌고 옷도 처녀적 옷 그대로 입습니다. 제가 억지로라도 사주면 또 좋다고 잘 입고 다니고 그래요. 화장하면 못생겨 집니다; 어린아이 엄마 화장품 바른듯 어색해서 화장은 전혀 안합니다. 피부는 아기피부. 아내 눈썹 관리는 제가 직접 합니다 ㅋ


아내는 요가 피트니스 산책 등의 운동, 바이올린, 수채화, 화분 기르기가 취미입니다. 저는 적극 지원합니다. 거의 날마다 같이 근처 산책 갑니다. 주말마다 야외, 호수, 공원, 산림휴양원, 계곡 등등 풀떼기 많은 곳으로 손 잡고 산책갑니다. 그래도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남편 잘 먹이고 딱 붙어 있기. 아내는 인생에서 저 만난 후가 가장 행복하다고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유의사항


대출금 없습니다. 부모님 용돈 안드려도 됩니다. 경조사 많지 않습니다. 아이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풍요롭게 산다고 항상 느끼지만 생활비는 항상 200 언더입니다. 서로간에 생일 기념일 결혼기념일 이런 거 안챙깁니다. 물론 선물도 없죠. 서로 간의 존재가 선물 자체이며 날마다 기념일처럼 행복합니다.



이 정도 되면 서로 돈 관리 하는 게 귀찮아질 뿐 경제권의 의미도 없습니다. 부부가 일심단결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결혼 전에 경제권을 누가 잡네 마네 하고 다투는 것은 상대를 불신하고 경제권으로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것인데 배신할까 불안하고, 어디로 튈지 몰라 돈 줄부터 막아야만 하는 상대와는 그냥 결혼하지 마심을 추천드립니다.



요약


1. 결혼 전에 소비 저축에 대한 가치관이 자기랑 비슷한 분을 고르세요.

2. 남자가 술 좋아하고, 여자가 꾸미는 것 좋아하면 돈이 많이 깨집니다.

3. 밖에서 각자 재미를 찾으면 돈이 많이 들지만 부부간에 재미는 거의 공짜입니다.

4. 상대편의 취미 취향에 동참하거나 적어도 인정해 줍시다.

5. 항상 칭찬과 믿음을 주시면 상대는 그에 부응하려 더 아낍니다. 사람 심리 묘하죠.

6. 결혼 전부터 경제권을 자기가 쥐어야 한다고 집착하는 사람과는 결혼을 다시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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