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두번째로 사귄 여친은 매우 호전적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연인간에 부부간에 다투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다투지 않기 위해서 다툰다.


다툼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퉈도 건강한 방법으로 다퉈야 한다. 




나는 사소한 것들이나 한가지 사건의 잘잘못은 잘 따지지 않는다. 그냥 "잘했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간섭도 하지 않는다. 지적을 해도 기분 나쁘지 않게 간단히. 하지만 대화가 아닌 감정싸움을 유발하는 언행에 대해서는 나도 참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일방적 약속 파기, 한 입으로 두말하기는 언제라도 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행위를 묵과해서는 안된다. 일방적으로 예외사항을 만들어 약속을 파기해 버릇하면 서로간의 신뢰가 무너진다. 일구이언이나 이중잣대에 대해서까지 그러려니 넘어가면 배우자의 버릇을 한참 잘못 들이는 것이고 이는 나중에 견딜 수 없는 지경까지 커질 것이다..




오빠도 그랬잖아.


여자들 다투다가 "오빠도 그랬잖아"라고 말 많이 한다. 나는 이 말을 아주 싫어한다. 뭐든지 피장파장의 오류로 몰아가면 다툼이 끝이 나질 않는다. 이 말 자체를 서로간의 금기어로 만들어야 한다. 불만이 있으면 그때 말하든지 왜 불리해지면 방어논리로 꺼내는가.


여자들 특유의 비꼬기 말투가 있다. 비꼬고 비아냥거리고 조롱하고. 이런 말투는 절대 묵과해서는 안된다. 사안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대화의 태도가 중요한 거다. 이런 말투에는 밤을 새워서라도 다퉈야 한다. 




내 주위는 안 그래!


논리 근거를 들 때 " 내 주위는 어쩌고 저쩌고 " 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제논에 물 대기식 오류, 확증 편향의 오류 등 모든 오류가 다 들어있다. 이런 오류 비빔밥 같은 걸 근거로 내세우면 합리적으로 대화가 될 턱이 없다. 자기 생각대로 살아야지 주위 따라하기식은 생각도 없어 보인다. 따라서 "내 주위는" 이라는 말 자체도 꺼내면 안된다. 역시 비교질도 안하는 게 좋다. 비교는 곧 비난이기 때문이다.




질문으로 대답 금지, 화제 확장 금지


다툴 때 간단한 규칙도 있다. "질문에는 질문으로 대답하지 말 것-질문으로 대답 금지" , "이 일과 상관없는 일까지 끌어들이지 말것-화제 확장 금지". 이 두가지만 지켜도 말이 훨씬 간단히 끝난다. 반대로 이 두가지를 안 지키면 아침까지 싸워도 모자라다.  예를 들어, "지금 대체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라는 물음에 "그걸 몰라서 물어?" 이런 식으로 다시 물음으로 대답해서는 안된다. 


그 외에도 `고을 사또 놀이 금지` "니 죄를 니가 알렸다!", `독심술 강요 금지` "지금 내가 왜 화났는 지 몰라?"  등의 원칙도 있다. 




사과의 규칙, 사과의 태도


사과의 규칙도 있다. 자기가 조금이라도 더 잘못되었다고 느끼면 자존심이고 뭐고 바로 사과하는 게 옳다. 상대방의 사과를 바라며 사과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사과는 항상 현재형이어야 한다. `아까 사과했잖아!"는 사과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사과에는 태도가 아주 중요하다. 미안한 표정과 말투가 동반되어야 한다. 감정이 너무 상해서 당장 그게 안된다면 시간을 조금 달라고 해야 한다. 사람이라 실수는 다시 할 수 있지만 사과에 규칙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다투고 난 이후에는 어떤 식으로든 최대한 빨리 풀어라. 싸움이 길어질 수록 후유증도 크다. 그리고 한번 용서하기로 하고 잊기로 했으면 절대 다시는 그 말을 꺼내지 말아라. 그게 바로 상남자이고 대인배다. 


많지도 않다. 이런 정도다. 처음에 이런 `싸움의 규칙`을 만들기 위해서는 꽤 치열하게 싸워야 할 지 모른다. 나 또한 연애할때나 신혼 초기나 이런 문제 때문에 꽤 크게 다투곤 했다. 보통은 각방 하루 정도였지만. 


보통의 여성들은 `내 주위는 안그래` 혹은 `내 주위는 다 그래`라는 말을 자주 쓰거나 `오빠도 그랬잖아`라는 식의 말하기를 많이 한다. 비아냥거리고 비꼬고 조롱하는 식으로 불만을 표현하는 것도 흔하다. 사과 받으려고 사과 하는 식도 흔하고. 그래서 이런 식으로 말하기를 금지시키면 처음에는 꽤 당황한다. 논리적으로 말하는 법을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각주:1]. 하지만 자꾸 하다 보면 자기 주위를 언급하거나 피장파장의 논리 꺼내지 않고도, 비아냥거리지 않고도 말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부부싸움의 규칙이 정해지면 작은 일이 큰 일로 번지지 않고 감정도 쉬이 격해지지 않는다.





만난지 4개월만에 결혼해서 결혼생활은 3년이 거의 다 되어 간다. 지금은 그래서인지 6개월에 한번 정도 가볍게 말다툼 하고 마는 정도이다. 이젠 다퉈도 각방 안쓴다. 물론 아내가 순하고 착해서이기도 하지만, 아내도 사람이라 고집 부릴 때가 있다. 그런 고집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잡아주어야 한다. 우리에겐 고집이 아니라 대화가 필요하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아내의 존경도 얻게 된다. 좋은 남편이 되겠답시고 무조건 오냐오냐 해주는 것은 아내를 사랑하는 바른 방법도 아니고 남편으로서 사랑 받는 방법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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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통은 연애권력을 쥐고 있던 그녀들이므로 대충 어거지 써도 남자들이 다 받아줬던 탓이 크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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