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나는 폭언이 폭력만큼이나 나쁘다고 글을 쓴 적이 있다. 요즘은 연장 들고 설치는 아내들도 많지만, 보통은 남편은 폭행을 하고 아내는 폭언을 한다. 이것은 서로 악순환을 형성하는데, 남편 입장에서는 아내가 폭언을 하니 남성 특유의 말빨 딸림으로 인해서 아내를 폭행했다고 항변하고, 아내는 남편을 힘으로 해볼 수 없으니 그리고 여성 특유의 말빨 과잉으로 인해서 남편에게 폭언을 한다고 한다


누구의 잘못으로 누가 먼저 시작했건 간에 이런 상대방 탓하기는 뫼뷔우스의 띠처럼 무한으로 악순환을 형성한다. 폭언은 폭행을 부르고 폭행은 폭언을 부르면서 이제는 감정의 골만 깊게 패이고 악감정만 남을 뿐 누가 잘하고 못했고는 말다툼 꺼리는 될 지언정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사실 누가 먼저 잘하고 잘못했고는 크게 문제가 아니지만, 이런 것이 악순환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알면서도 누구 한쪽이 폭언이나 폭행을 먼저 저지른다면 잘못이라고 할 수도 있다. ( 혹은 실수 후에도 반성하려하지 않고 행동을 교정할 의지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 하지만 부부관계 특유의 속성으로 인해서 문제는 누가 잘못했는가혹은 누가 먼저 잘못했는가정도의 간단한 판단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부부들은 아내가 잔소리를 심하게 하거나 폭언을 하고 남편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아내는 더욱 심하게 긁어대고 남편은 더욱 침묵하거나 자리를 회피하는데 급급하다. 이 또한 악순환인데, 남편이 말을 하지 않아 답답하여 아내는 폭언을 하고 남편은 폭언을 듣기 싫어 침묵으로 일관한다. 더 크게 싸움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는 누가 잘못한 것인가?

 





놀랍게도, 둘다 잘못하지 않았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말을 알아들어주기를 간절히 바랬기 때문에 잔소리든 폭언으로든 자신의 의견을 표명했을 뿐이고, 남편은 역시 큰 싸움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할 말은 많겠지만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다. 아내는 다가가고 싶었던 것이고, 남편 역시 관계를 최악으로 훼손하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이 두 경우 모두 서로에 대한 애증 ( 애증에도 애정은 남아있다 ) 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서 딱히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는 속성이 있다. 만약 애정도 없다면 그들은 징글징글하게 잔소리하고 도망다니는 부부 사이로 유지되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폭언과 폭행은 그 폭력적인 속성으로 인해서 둘 다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을 알아봐 달라고 말하는 방법론 치고는 너무 파괴적이고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상처도 신체적인 상처 만큼이나 오래간다) 하지만 잔소리와 침묵은 의도마져 불순한 것이라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서로 잘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 방법이 서투른 것일 뿐. 


더 좋은 방법론은 말할 때 상대에게 차근하게 말해주고 들을 때는 상대방의 말을 차분히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상식적인 수준이다. ( 우리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을 이미 유치원때 다 배웠다! ) 이것이 되지 않으면 부부 관계는 악순환의 길로 들어 서기 마련이다. 그래서 정상적인 부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부부교육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물론 공감한다고 해서 객관적인 사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외부 상황도 좋지 않은데 부부 사이마져 나빠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로는 가지 않게 된다. 그리고 부부 사이가 유지되고 단단하면 외부 사태도 점차 호전되기 마련이며 큰 슬픔이나 불행도 훨씬 작아지고 견딜만 해지기 마련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