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연은 답장만 올립니다. 그래도 길어유~
그동안 홈페이지 관리도 하고 글 쓸 것도 생겨서... 결정적으로는 저번 편지도 마찬가지로 남편에 대한 비난으로 점철되어 있길래 딱히 생각이 나지 않더라구요. 상담 주신 분의 말에 의하면 남편은 거의 소시오패스적인 나쁜 놈에 불과하거든요. 감정 공유도 안되고 사람 괴롭히고 자기 잘못도 인정 못하고 기타 등등.
그래서 다시 물어보고 싶긴 한데, 이미 한번 더 요청한 상태라서 더 물어보기도 뭣하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힘드셔서 편지 보내실 때 감정 과잉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힘들어 하셨고요.
자 일단, 아주 어려우시겠지만, 상담자님이 큰 결심 해 주셔야 합니다. 부부간의 트러블은 단 일방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크든 작든 나쁜 영향력을 서로 주고 받다가 눈더미 굴러가다 커지는 것처럼 악순환을 거치면서 커지다 결국 터지는 거거든요. 남편 일방의 문제다. 이 생각부터 버리셔야 합니다. 나도 지금 남편에게 나쁜 영향력을 크게 주고 있다는 점을 인정 하셔야 해요.
나쁜 영향력을 줄이고 선한 영향력을 주도록 노력하셔야 합니다. "나는 열심히 하는데, 왜 너는 열심히 안해?" 라고 생각하지도, 말로 표현하지도 마세요. 그것 자체가 이미 비난이고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님이 노력하는 것이 비난을 하기 위한 밑밥 깔기였구나 하는 배신감이 더 들 수 있는 말입니다.
또한 좋은 영향력을 주도록 노력하세요. 개새끼도 밥 주고 쓰다듬어주면 꼬리 흔듭니다. 짐승도 그럴진데 사람도 마찬가지에요. 잘해주고 보살펴주고 걱정해주고. 남편의 실수를 귀엽게 바라봐주면 안될까요? 물론 그간 주고받은 막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겠지만, 눈 딱 감고 그렇게 바꾸셔야 해요.
그래요. 귀엽게 보는 건 평소에 사이 좋을때 가능한 거고, 그게 안된다면 `저 사람도 참 불행하겠구나, 불쌍한 사람이다, 안쓰러운 사람이다, 내가 거둬줘야지` 이렇게 짠하게라도 생각해 보시는 거에요. 그러면 그나마 화가 좀 덜 날거에요. 이렇게라도 생각을 하셔야 님이 남편에게 행사하는 나쁜 영향력이 줄어듭니다. 물론 여기에는 비난 방어 반격 무시 등등이 포함되는 건 제 블로그 보셔서 아실 거에요.
이제는 고맙게 생각할 차례입니다. 저 사람은 힘든 일을 하루 종일 해 가면서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노력한 사람이다. 부모님이 험하게 다투어서 어렸을 때 마음 고생이 심했을텐데 그래도 사회적으로 어엿하게 성장해서 한 가정을 꾸려 가려고 노력하는 중이구나. 이런 고마움. 단 한가지의 고마움이라도 있다면 날마다 일기장 몰래 하나 마련하셔서 (사실 나중에 들켜도 됩니다. 그럼 남편도 사람인 이상 느끼는 게 있어요) 하루에 한두줄 만이라도 꾸준히 적어보세요. 남편이 담배를 안피운다? 남편이 담배를 안피워 고맙다. 이런 거 찾아서라도 하나씩 적으세요. 힘드시겠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도 말이에요.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면 이제 언과 행이 바뀌어야겠죠. 사납게 말하지 말고 비난하지 말고, `너는 왜 그래? 나빠`라는 방법을 버리고 `나는 오빠가 그래서 서운했다. 하지만 오빠가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섭섭한 마음 버리기로 했다.` 등으로 먼저 말해보세요. 역시 이 또한 쉬운 게 아니죠. 부부 양쪽 분들에게 같이 이야기 해드리면 서로 같이 바뀌기 시작할테니 선한 영향력이 역시 선순환을 일으키면서 이야기는 더 쉽습니다. 하지만 한 분에게만 상담을 하는 건 그 분이 배우자를 바꿔나가고 깨닫게 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걸 감안해 주세요.
남편은 어려서 부모님의 험한 다툼을 보고 자라서 그게 원래의 부부싸움인 줄 알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고통 받았겠지만 그러면서 또 배웠어요. 그래서 시아버님과 시부모님의 부부싸움을 닮아 있는 거에요. 여기서 시부모님에 대한 원망도 버리세요. 사실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에 부모님이 많이 안 다툰 사람도 많지 않아요. 상담자님의 부모님은 사이가 좋았드랬죠? 운이 좋다고 하셔야 할 겁니다.
아무튼 남편은 부부싸움 하는 방법을 다시 배워야 해요. 님이 가르쳐 줘야 해요. 어떡게요? 님이 솔선수범을 보이셔야 해요. 그렇게 하면 억울할 것 같죠? 아니에요. 싸움이 예전처럼 커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건 상담자님을 위해서도 좋은 거에요. 그걸 자꾸 확인하셔야 다음에 계속 부부관계회복을 위한 추동력이 유지되실 거에요.
남편이 님을 자꾸 따라다니는 것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어려서 아마 아버지의 횡포 때문에 어머니가 집을 나갔다가 들어오고를 반복했을 지도 몰라요. (따로 확인할 필요 없습니다. 말 꺼내는 것 자체가 시어머니께도 남편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님이 도망갈까봐 무서운 거에요. 현관문 앞에서 님이 밖에 바람 쐬러 나가지도 못하게 하는 건, 그런 근본적인 두려움 때문입니다. 안쓰럽게 생각하셔야 해요. 그 사람이 지금 나에게 하는 행동이 공격적으로 보여 화가 나더라도, 한번만 안쓰럽게 생각해주면 언젠가 그 사람도 저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날이 옵니다. 이게 부부의 놀라운 힘이에요.
그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화해를 시도하는 것도 짜증나시죠. 그럼 못 이기는 척 받아주세요. 저도 와이프에게 화를 낼 때가 있어요. 아내는 조용해서 대부분 듣기만 하는 편이고 울기도 하고... 뭐 거의 시체처럼 누워 있어요. 그럼 저는 혼자 씩씩 거리다가 생각이 좀 가라 앉으면 들어와서 아내를 안아줘요. 그럼 아내는 펑펑 울어요. 그럼 제가 화내서 미안하다고 해요. 그럼 아내는 아니라고 자기 잘못이라고 하면서 또 울어요. 눈물이 한번 나면 안 그치는 스타일이라 제가 30분 넘게 안아주면서 만져줘야지 그제서야 눈물이 멈춰요. 그렇게 화해해요.
울 아내 특징이 울면 더 이뻐짐 -_-;;
눈 주위가 도화살 화장 하듯이 분홍빛이 되면서 ㄷㄷㄷ
만약에 여기서 아내가 자기도 할 말 있다고 오빠가 잘못했네, 나 화해할 기분 아니네, 하면서 계속 질질 끈다면 저도 스트레스 받는 시간이 늘어나겠죠. 아내가 항상 미안하다고 말할 것이 뻔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꾸 그렇기 때문에 저는 화를 안내게 되요. 화 안내도 아내가 제 말을 이해해주고 따라줄 것이 뻔한데 왜 화를 내야 하죠? 아내는 원래 제 말이라면 다 믿고 따르는 사람이고, 제가 승질머리가 좀 있어요.
아무튼 그러길 반복하니 이젠 일년에 한번도 잘 안싸워요. 서로 싫어하는 거, 니가 잘못했다 화내봤지만, 싸운다고 크게 바뀌는 것도 아니고, 다시 한번만 생각해보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닌 거에요. 그렇게 서로에 대한 이해가 쌓이고 그렇게 신뢰가 쌓이니 싸울 이유가 사라진 거에요.
한가지 명심하실 것이 - 저도 부부싸움 할 때는 니가 잘못했다 지적질 장난 아닙니다만 - 부부싸움은 옳고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에요. 문제란 말이죠, 문제를 삼으니까 문제가 되는 거에요. 너그럽게 생각해주면 너그럽게 또 받아들일 수도 있는 문제라는 거죠. 상대가 문제가 아니라, 나이기 때문에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생각을 남편도 해주시면 고맙겠죠? 하지만 지금은 상담자 님께서 먼저 솔선수범 해 주셔야 합니다.
남편이 잘못했다고 생각이 될지라도, 그 부분을 괜찮다고 위로를 하면 그 부분이 문제가 되질 않아요. 사실 생각해보면 부부가 행복한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어디 있습니까? 지금 이 문제가 서로 죽이네 마네 하는 상황까지 가야 할 정도로 중요한 가요? 저는 아내에게 화가 나는 상황이 와도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 문제를 크게 부각시켜서 화를 내는 것이 아내와의 평화와 행복을 깨는 것만큼이나 중요한가? 대답은 언제나 `아니요` 입니다. 그러면 화가 별로 안나요. 지켜 보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거의 대부분 이해가 가요. 안쓰럽다가 나중엔 귀엽기도 해요. 관점을 하나만 바꾸면 되는 거에요.
자, 님은 화가 나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편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행동하죠? 남편 입장에서는 그게 님과 화해하고 싶은 거에요. 쫓아다니면서 괴롭히고 소심하게 복수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불안해서에요. 님에게 다만 몇시간이라도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 필요하다면, `여보, 나 어디 도망 안가. 여보랑 계속 잘 살고 싶어. 근데 나도 생각을 정리하려면 두시간만이라도 좀 필요해. 나 믿고 두시간만 좀 티비 보고 있어주면 안되?`라고 차분히 말씀해 보세요. 남편도 불안해서 그래요.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 건, 남편이 관계 회복을 위한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아마 시아버지가 그러셨겠죠? 화 내가다 자기가 멈추면 그냥 싸움이 멈춰졌던 거에요. 어머니는 더 이상 테클을 걸지 않고. 그러니 화해의 말을 서로 건네고 그럴 필요조차 없었던 아버지를 보고 자란 거에요. 그런데 지금의 여자들은 그런 식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죠. 님도 그게 짜증나구요.
님이 화해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해요. 님이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면서 말이죠. 여자들은 보통 밥을 맛있게 해서 대접하곤 해요. 원시적인 방법 같은데 언제나 효과가 좋습니다. 남자들은 여자가 저녁밥 차려주는 것에서 남편으로서의 위엄과 자존감을 느껴야. 당당한 남자가 되는 거고, 대접받는 남편이라 생각하는 거죠. 아주 중요해요. 그러니 이 방법이 좋아요. 아니면 좀 화끈한 부부 관계를 하는 것도 좋겠죠. 이건 화해는 했는데 아직 서먹서먹할 때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에요.
님이 계속 꽁해있는 것도 남편에게 나쁜 영향력을 주는 방법 중의 하나에요. 그리고 님 둘의 문제를 시부모나 친정이 알게 하는 것도 남편에게 주는 아주 나쁜 영향력이에요. 시부모에게 전화해 알리는 것은 남편 입장에서는 위엄 손상 뿐만 아니라 불효에 해당하는 거에요. 한국 남자들이 특히 여기에 민감해요. 이것도 님이 잘못하신 거에요. 왜 불에 기름을 부을 필요는 없잖아요.
친정에 고자질 하는 것도 남편의 위엄 손상에 관련되고 체면 손상이에요. 자기 흉 보고 다니는 사람이 이뻐 보이진 않잖아요. 어디에든 말 안하는 게 사실 가장 낫습니다. 둘의 문제는 죽으나 사나 둘이 풀어야 풀리는 거지, 그것에 관해서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안좋아요. 뭐 저는 그냥 모르는 사람이니까 상관이 없을 수 있지만요.
고쳐 가면서 타면 탈만 하지 않을까?
남편은 불완전한 남자에요. 화내는 방법도 전근대적이고, 푸는 방법도 구식이에요. 님은 그게 불편하고 싫죠. 체면이나 효도 문제에 민감하구요. 구식이에요. 연식 오래된 자동차랑 비슷한데, 그 자동차를 버릴 수 없다면 여기 저기 수리해 가면서 오일 쳐 가면서 타면 그래도 굴러는 가잖아요. (이건 그런 남자를 선택한 님의 잘못도 있으니 감수 하셔야 해요. 하지만 `님=운전수`가 베스트 드라이버냐? 하면 그것도 아니에요. 운전수도 매우 서툴러요.) 서로 서툰 사람들끼리 만났으니까 서로 그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안쓰럽게 귀엽게 이해하고 배려해야지 너는 왜 틀렸냐 너는 왜 드라마의 개념남이 아니냐 하면 끝이 없는 거에요.
자, 아무튼 차가 신식 스포츠카가 아니라고 해서 들판의 바람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구식 차라도 창문 열고 천천히 가면 들판의 냄새도 맡을 수 있고 바람도 느낄 수 있어요. 그럼 충분히 행복감과 해방감을 맛볼 수도 있구요. 남편이 아전인수격 해석에 폭언에 잘못된 화해 방식에 아직 고쳐야 할 것이 많지만, 님이 노력해서 선한 영향력을 주고 나쁜 영향력을 줄이면 고쳐 쓸만한 자동차가 되는 거에요. 문제가 아닐 수 있는 건 최대한 문제를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해요.
그렇다고 항상 참고 살아라 그건 아니에요. 터트려라? 그것도 아니에요. 감정과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에요. 터트리지도 말고 참고 살지도 마세요. 상대방 기분 맞춰 가면서 기분 봐 가면서 님의 의견도 여우처럼 현명하게 피력할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님만이 옳다는 생각도 - 처음에 말했다시피 - 버리셔야 해요.
남편이 맞을 수도 있는 거에요. 남편 말에 따를 수도 있는 거에요. 시댁에 죄송하다 말씀 드릴 수 있는 거에요. 사실 시댁에 전화해서 `우리끼리 해결해야 하는 일을 전화드려 심려를 끼쳤네요. 죄송합니다.` 말씀 드리는 게 맞아요. 님이 지금 그걸 하기 싫은 거에요. 왜? 남편이 꼴 보기 싫으니까. 알면서도 하기 싫은 거죠. 님도 그런 태도는 버려야 합니다. 님이 버리셔야 남편도 하나씩 버리기 시작할 겁니다.
아이 하나 사람 만들려면 10년 20년 걸리죠? 그것도 참고 키우잖아요. 남편이 바뀌려면 얼마나 필요할까요? 10년? 20년? 아뇨. 1년 정도면 됩니다. 1년 정도면 많이 바뀔 겁니다. 애 키우는 것보단 훨씬 쉽잖아요? 남편은 지금 새로 태어나는 지경으로 바뀌어야 해요. 님이 애정으로 인내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물론 님도 스트레스를 푸는 다른 방법도 많이 찾으시구요. 제 아내는 바이올린, 화분키우기, 수채화 그리기 (벽에 걸 정도로 잘 그려요), 전자 피아노 치기, 조깅, 요가, 스트레칭, 요리, 빵굽기 등등 취미가 아주 많아요. 저는 그걸 다 지원해주지요. 님도 스트레스를 풀 구멍을 만들어 두는 게 좋아요. 술이나 외도만 아니면 어떤 거라도 상관 없어요.
아, 제 블로그에 배우자 맛사지 해주는 방법을 최근에 올렸는데, http://lovewar.tistory.com/257 아주 쉽습니다. 맛사지봉 하나 사서 남편 종아리 해 줘보세요. 없던 정도 생기구요. 안되던 화해도 될 겁니다. 님도 꿍한 성격, 시부모님 원망하는 성격 점차 버리셔야 할 거에요. 시부모님 원망, 싸움 알리기, 원가족 비난 등등 님도 참 안해야 할 걸 많이 하셨거든요.
남편이 이기적이라구요. 네 누구든 이기적입니다. 이타적이길 바라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거죠(?). 어느정도의 이기성은 누구나 있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니 그저 내 덕 쌓는다 생각하고 남편에게 베푸세요. 조건없이 베풀면 남편도 생각합니다. 나에게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잘해주는 사람이 엄마 외에도 있구나. 엄마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아내구나. 아내를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다. 이게 사랑의 힘입니다. 그 기간은 1년도 안 걸려요. 제 말 믿고 속았다 생각하고 노력해보세요.
다만 싸우시다가 내가 뭘 어떻게 해줬는데 너는 역시 변하는 게 없구나! 이런 식의 자기 공치사는 절대 하시면 안되요. 공치사 하는 순간 그동안 쌓은 공든 탑이 다 와르르 무너지다 못해서 땅으로 꺼지는 겁니다. 남편이 니가 그러면 그렇지 라고 억장 무너지는 소리를 하면 차라리 울어요. 말로 받아 치지 말고. 님이 울면 남편이 그렇게 심한 소리까지는 못할 거에요. 남자들이 또 눈물에 약하니까. 그리고 남편이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면 님도 같이 잘 해주세요.
그럼 싸움은 줄고, 싸움을 해도 크게 안할 것이고, 그리고 냉전 기간도 훨씬 줄어들 거에요. 여행 스케줄이요? " 여행이 어디든 같이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신나! 집에만 있어도 난 괜찮아, 오빠랑 같이 있는 거니까 " 이게 누구 말일까요? 제 아내의 말입니다. 말 한마디를 해도 이쁘게 하지요? 그럼 저는 이런 이쁜 아내를 위해서라도 좋은 휴양지를 물색해서 데려다 줍니다. 그럼 아내는 항상 , 어딜 가든 " 와 좋다, 이쁘다, 잘 왔다, 데려다 줘서 고맙다, 오빠 밖에 없다 " 면서 방방 뜨면서 기뻐합니다. 이쁘죠? 그럼 저는 또 보람도 느끼고 남편으로서의 자존감도 느끼고 하면서 아내가 더 사랑스러운 거죠.
사랑받는 아내가 하는 여우짓(?)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런 건 좀 배우셔야 해요. 내가 먼저 줘야 상대방도 나에게 줄 생각을 한다는 거, 내가 상대방 뺨 때리고 상대가 나에게 잘 해주길 기대하는 건 엄청난 착각망상이라는 걸 깨달으셔야 해요.
예쁜 여우 짓을 하자는 의미에서 사막여우...
남편 이기적인 건 좀 그런가 보다 하고 속으로 이해할만한 구석을 찾으시고, 밖에서 피곤하겠지, 어려서 잘 못 먹었겠지, 그래도 집에 돈은 다 가져다 주네, 바람은 안 피우네, 꼬박꼬박 집에 들어는 와 주네, 남편 있어서 도둑 무서워하면서 잘 필요는 없네, 아이랑 잘 놀아주네 이런 식으로 고맙게 생각하다 보면 인간이라는 게 다 이기적인 구석이 있기 마련이니까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닐거에요.
님이 님 것을 꽉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면 배우자도 마찬가지가 됩니다. 서로 이기적으로 굴면서도 서로 비난하는 부부들이 많아요. 사과가 열개 있어요. 깎아서 남편을 줍니다. 그리고 또 남편을 줍니다. 또 남편을 줍니다. 님은 먹지 않습니다. 그럼 남편이 자기만 먹다가도 배도 부르고 하면 여보 당신도 하나 먹어 할 수 있겠죠. 그럼 그때서야 하나 먹으면 됩니다. 그리고 아 맛있다, 여보랑 먹으니까 더 맛있다, 사과 잘 사왔다 고맙다 이렇게 말 해보세요.
개새끼가 아닌 사람 새끼니까 이런 거 반복하면 감이 옵니다. 아, 아내는 날 위해 이렇게 잘 해주는데 나만 쳐먹고 있었네, 아내에게 좀 권하면 아내도 그렇게 고마워하는데, 그럼 나도 기쁜데, 아내 사과는 내가 먼저 챙겨주고 싶다. 이런 게 부부라구요. 왜냐면 님들은 사랑해서 결혼한 기억이 있으니까 말이죠.
그럼 말이 길었는데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시길 바라며 .... 아이를 봐서라도, 그 누구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 해 보시길 바랍니다. 님 부부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큰답니다. 아이들에게 남편의 모습을 물려주시긴 싫잖아요. 그쵸? 그럼 이만.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다시 이메일이 왔더군요. 역경이 왜 없겠어요? 이번 역경도 슬기롭게 잘 넘기신 듯 해요. 제가 보낸 이메일 내용을 둘둘 외워서 그대로 실천하면서 살고 있으시다네요. 오랜만에 남편의 웃음 소리도 들으셨다고... 부디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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