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의 팬임을 자처하는 분에게 팬레터(!)가 도착했습니다. 그 분의 글이 어마무시하게 긴 관계로 요약 글 먼저 올리고 제 답장은 거의 그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블로그에 팬도 생기고 기분이 좋네요. ^_^




Q. 저는 몸이 불편해요. 그래서 남편에게 큰 죄책감을 느껴요 (요약

"안녕하세요, 저는 전문가 님의 정상연애와 공정결혼 블로그를 자주 읽었던 팬입니다. 저는 9X년생이고 결혼 1주년이 다 되어가는 유부녀에요. 빠른 결혼이지만 혼전임신은 아닙니다. 저는 학식으로 보나 인품으로 보나 훌륭하신 부모님 아래서 물질적으로도 모자람 없이 자랐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정이 좀 달랐어요. 학창시절부터 불안장애 등을 겪더니 고등학교 즈음에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 아스퍼거 증후군 : 지능은 정상이지만 사회적 인간관계를 맺기 힘들어 함. 자폐성 장애의 일종으로 증상은 매우 다양. 사회적인 상호작용 장애 / 반복적, 상동적인 언행 / 직업적 임상적 장애 등등.


물론 훌륭하신 부모님께 어울리는 자녀가 되지 못한 죄송스러움이 항상 있었구요. 조울증 등이 심각해져 캐나다에서 살다 돌아왔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남편을 만나게 되었어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간단한 알바조차도 할 수 업는 저와는 달리, 남편은 환경적 악조건을 딛고 스스로 성장하여 인격적으로 직업적으로도 훌륭한 사람이었습니다. (지금은 직업군인) 저는 남친을 곧 사랑하게 되었고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부모님의 아주 약간의 도움 (3천만원 이하의 지원)으로 결혼까지 골인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직업군인은 관사를 지원받을 수 있으니까요.


물론 처음에 집안에서는 니가 남자 문제까지 일으칸다며 난리가 났었지만, 부모님께서 남친을 만나보고는 이내 훌륭한 사람이라고 인정을 하시게 되었고, 저에게 과분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실 정도였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 병세가 남편을 만나고 나서부터 매우 호전된 것도 부모님이 남친을 인정하시게 된 계기입니다. 지금은 한계는 있지만 번역 일도 프리랜서로 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저는 몸과 마음이 모두 다른 정상적인 사람들과는 힘든 상태이기에 정상적인 가정 주부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이유로 남편에게 죄책감마져 느낄 지경입니다.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오빠에게 물질적으로 심하게 의존한 적은 전혀 없다는 걸 일단 말씀드리고요. 하지만 발전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것만 같아요. 살림도 제대로 하지 못해 무위도식하는 것만 같고 더 좋은 여자를 만날 자격이 있는 남편을 제가 괴롭히고 있는 지 항상 자책감이 들어요. 어려서는 부모님께 항상 의존해야 했고, 지금은 남편에게 의존하고 있어요. 저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들을 이렇게 힘들게 해도 되는 것인지 그런 생각에 괴롭습니다. (실제로는 훨씬 과격하게 표현하심


제게 소중한 사람들을 호강은 못 시켜줘도 고생은 시켜서는 안되는 것 아닐까요? 물론 한번 이런 이야기를 오빠에게 꺼냈다가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핀잔을 듣긴 했었지만... 전문가님이 보시기엔, 제가 못할 결혼을 해서 멀쩡한 사람 인생 망친 것인가요? 아니면 제가 너무 과한 자책을 하고 있나요? 




A. 남편에게 당신은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입니다.

이 블로그 운영하면서 팬레터는 또 처음 받아 보네요.

 

그런데 제가 아직 떳떳하게 와이프 노릇을 못해서 더 그렇지만 너무 미안합니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사랑을 인질로 부모님께 기생한게 이젠 똑같은 인질로 숙주만 갈아탄 게 아닌가 너무 무섭습니다.”

 

너무 부정적인 생각이신 것 같네요. 결혼을 숙주 갈아타기로 생각하는 여성들이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님은 의도적인 게 아니잖아요. 남편 분에 대한 절절한 사랑도 알겠고요. 숙주 갈아타기로 여긴다는 것은 님 스스로를 기생충이라고 판단하시는 방증이겠죠? 절대 기생충이 아닙니다. 님이 남편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강아지를 키웁니다. 애완견은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못하죠. 하지만 사람들은 지극정성으로 키워요. ? 나에게 기쁨과 위로를 주니까. 사람은 밥만 먹고 못삽니다. 정서적인 위로와 공감 그리고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입니다. 그래서 애 하나 키우는 것만큼이나 힘든 애완견을 키우는 거에요. 

 

지금의 남편분에게는 그런 소중한 정서적인 만족과 행복을 주는 분이 바로 당신인 것이고요. 그러니 남편이 생각하기에 자기가 가졌던, 가지고 있는 모든 것보다 님이 더 소중할 겁니다. 그러니 스스로 기생충으로 셀프 비하 하시는 건 좋지 않아요. 

 

아무리 오빠가 괜찮다고, 너 받아들일수 있다고 했어도 제가 주제 파악하고 알아서 그냥 컷트 했어야 했나 싶고 너무 죄스럽습니다. 정작 오빠는 그런 자격지심 가지는게 더 짜증나고 힘들다고 해도 너무 미안합니다. 나 혼자 그냥 내 불행 끌어안고 갔어야 했는데, 오빠까지 물귀신 씌운건 아닌지..그래서 공정한 제3자가 보기에도 제가 못할 결혼해서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던 우리 오빠 인생 망친 건지, 아니면 그냥 제가 과하게 스스로 자책하는 건지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뒤집어 생각해 봅시다. 남편분이 너는 유학도 다녀왔고 영어도 잘 하는데, 나는 배운 것도 별로 없고너는 부모님도 훌륭하시고 부자신데, 나는 부모님이 배움도 없고 재산도 없다. 이런 내가 너와 같이 살아도 되는 지 모르겠고, 내 욕심만 채우는 것은 아닌지 미안하다. (예를 들어) 나는 너무 못생겨서 그동안 여자도 한명 제대로 못 만났는데, 너처럼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두어도 되는 것인지... 남들이 나더러 너희 집 재산 보고 결혼한 것으로 생각할까봐 너에게 더 미안하다.” 라고 말을 한다면?? 

 

어때요? 공감이 가십니까? 말도 안된다 생각하시죠? 그러니 스스로 기생충이라는 둥, 피 빤다는 둥, 물귀신이라는 둥, 오빠 인생 망쳤다는 둥 입도 뻥끗하지 마세요. 정 그런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거들랑, 몸매 관리 하시고, 남편에게 맛있는 요리를 선사하도록 하세요. 그 두가지면 됩니다. 남자들 단순합니다. 얼마나 좋아요? 어떻게 오빠처럼 좋은 남자를 만났지? 난 정말 행운인가봐! 로또 맞았어!” 이런 정도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Q. 제가 나쁜 아내인 건 아닐까요?

"전문가님 블로그 처음 들어오게 된 이유는 행복한 결혼 관련 포스팅들이 많다보니 그렇게 입문하였고 그러다보니 하나하나 읽게 된 것이죠. 그런데 읽을수록 동의는 하면서도 어딘가 마음이 많이 힘들고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전문가님이 나열하는 나쁜 와이프의 많은 조건들에 일치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살림 아껴서 하는 내용 등은 중략) 저는 소위 말하면 주인을 하루 종일 문앞에서 기다리다 주인이 돌아오면 방방 뛰며 온몸으로 기뻐하며 놀아달라고 안아달라고 하는 강아지 같은 사람입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이렇게 격하게 반기고 좋아한다는 것은 확실히 처음에는 좋을 수 있겠지만 그런 강아지의 주인도 정말 피곤한 날은 그런 강아지가 귀찮을 수도 있습니다.


하다못해 강아지도 귀찮을 수 있는데 늘 방방뛰는 배우자면 훨씬 힘들지 않을까요...(실제로 오빠 친구분들이 저랑 오빠랑 있는거 보고 확실히 심심하지는 않겠다 살면 재미있겠다 하니 오빠가 "롤러코스터 매일 타면 그것도 힘들다"고 말하더군요 ㅎㅎ;;) 그러다보니 제가 전문가님 말씀처럼 정신적인 안정을 주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후략)"

 

 

 

A. 님들은 역경을 딛고 일어선 아름다운 커플입니다!

"어서 나는 나쁜 여자가 아니라고 말해줘!" 라고 저에게 말씀하시는 것 같네요. ^^;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님은 제가 경멸하는 스타일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1. 미리 자신의 상황을 밝혔다는 점.

 

2. 경제적인 의탁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남자에게 접근한 것은 아니라는 점 (처음 만나고 사귀게 된 동기)

 

3. 남편이 보통의 된장녀들이 노리는 그런 타입도 전혀 아니라는 점 (전역 않고 말뚝 박은 직업 군인... )

 

4. 부부 간에 있을 수 있는 정도의 호의 정도만 있었다는 점. 

 

5. 무엇보다도 남편을 깊이 사랑하고 있으며 남편에게도 깊이 미안해 하고 있다는 점 

( 제가 싫어하는 된장녀? 스타일은 미안하게 생각 안합니다. 잘난 남자 만난 것도 능력이라고 뻐기고 다닙니다. 정말 여러번 봤고요. 토 나오죠) 

 

암튼 어딜 봐도 님은 제가 싫어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저는 `의도성`에 무게를 둡니다. 만약에 정말로 님의 남편이 엄청난 부자이고, 그래서 님에게 호강을 시켜주고 있다고 하더라도 둘이 의도적으로 만난 것이 아니고, 의도적으로 연애하고 결혼한 것이 아니며, 결혼 과정에 된장끼라고는 하나도 섞여있지 않고 결혼 후에도 재정 상황상 있을 수 있는 정도의 호의가 오고 간다면 그것도 저가 비난하는 스타일은 아닐 것입니다.

 

저는 결과를 가지고 비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성을 보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남자를 착취하는 수단화 하는 것에서 님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님의 사례를 가지고 비난한다면 모든 사정 좋지 않은 남녀나 장애가 있는 남녀는 어떻게 결혼을 하든지 간에 자동적으로 된장녀 김치남 이렇게 전락하고 말 것인데 이는 말도 안되는 모순이지요.

 

아무튼 님은 된장녀가 아니며, 남편에게 미안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도장 쾅~!!! 다만, 님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 하십시오! 조금 더 건강해지고 조금 더 날씬해지고, 조금 `` 조울증을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이 님이 할 수 있는 최선이며, 최선을 다 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남편은 만족할 것입니다. 그리고 결과에는 아무래도 훨씬 관대할 것입니다. 그게 사랑의 힘이기도 하지요.

 

  

 

 

Q.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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