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연애를 겪었다. 성격이 비슷해도 허구헌날 싸우느라 날을 지샌 전여친도 있고, 무난한 성격의 여친이지만 내가 자주 시비를 걸었던 적도 있고, 성격이 극과 극이지만 거의 다투지 않고 다퉈도 금방 풀리는 지금의 아내도 있다. 그래서 나는 흔히들 말하듯 연인/부부 사이가 벌어진 이유를 성격 차이로 설명하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전 여친은 내가 무슨 말을 하든지 들으려 하지 않았다.
뻔한 잘못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옳은 말을 해도 일단 반대했다. 자기가 화가 나면 나까지 화나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렸다. 그런 식으로 복수하곤 했다. 말을 너무 함부로 하고 문자로 육두문자 (ex:"개새끼야, 니가 그러고도 사람이냐?")을 써서 보내곤 했다. 전 남친과 비교하며 날 항상 깎아 내렸다. 월경전 증후군이 심각한 정도였다. 그래서 약도 먹었으나 그때 뿐.(생리 전에 시비 엄청나게 건다. 생리 전 1주일은 공포 그 자체. ) 남자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고정관념이 아주 강하다. 나에게 데이트비용 100%를 강요했다.
오래 사귀어도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종잡을 수 없어 언제 어디서 터질 줄 모른다. 나에게 상반된 요구를 동시에 한다. (지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때 문자 보내지 말라고 화내더니, 그 다음엔 문자 안보냈다고 화내는 식) 내가 하는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화를 낸다. 과거에 다툼이 있었던 원인을 100% 내 탓으로 돌리며 자신은 반성하려 하지 않는다. 간섭, 집착 강요와 감시가 일상화되어 있다. (대학때 혼자 집에 있는데 순대 잠깐 사러 나갔다 온 걸 연락 안하고 갔다고 화를 내고 친구들과 맥주집에 있다가 소주집으로 이동할 때 전화 안했다고 화를 내는 식이다) 사람들 앞에서 날 모욕한다. 항상 헤어지자를 입에 달고 살지만 정작 내가 헤어지자고 하면 울고불고 매달린다... 물론 나도 같이 빡쳐서 함부로 말을 해댄 적이 많다. (할말은 너무 많지만 줄이겠다.. )
지금 아내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지 귀담아 들으려고 한다.
이유가 있어서 하는 말이라고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화를 내도 화내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기가 잘못한 점은 잘못했다 솔직히 시인한다. 자기가 화가 나도 날 화나게 하려고 하진 않는다. 아내는 내가 감정적으로 언짢아지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어찌 되었건 오빠가 기분 좋으면 그게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말을 절대로 함부로 하지 않는다. 전남친과 날 비교할 일이 없다. 전남친이 없으니까. (썸은 한번 있다) 남자는 이래야 한다 라는 고정관념이 없다.
월경전 증후군이 전혀 없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확실해서 예측 가능하다. 모순된 주장은 한 적이 없다. 내가 포옹해주며 기싸움이 끝나면 아내는 진심으로 사과한다. 내가 장난치는 것을 매우 좋아해 어떤 장난이든 꺄르르 잘 웃는다. (특히 나의 강아지 흉내를 매우 좋아한다) 전혀 간섭하지 않고 잔소리도 하지 않는다. 화나도 헤어지자는 말은 하지 않는다. 사람들 앞에서 날 칭찬한다. 데이트 비용도 적극적으로 냈다... 이런 아내를 보면 나도 말이 그렇게 험하게 나가지 않는다. 그러니 싸움이 커지지 않고 설령 다툼이 있어도 빨리 봉합된다.
한마디로 전여친과는 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다.
답답해 전화를 하면 통화를 하다가도 언제든 맘대로 끊었고, 그 이후에는 일부러 전화를 꺼놓는 것으로 날 괴롭혔다. (일부러 안받으면서도 내가 전화를 안하면 또 화를 냈다) 그 반대로 지금의 아내와는 소통이 자연스럽게 잘 된다. 그래서 날마다 하하호호 즐겁게 지낸다. 솔직히 전여친 쪽이 더 예쁜 편이고 애교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난 지금의 아내를 훨씬 더 예뻐하고 귀여워 한다. 전여친과 결혼하느니 평생 혼자 사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반면, 지금의 아내와 헤어지느니 그건 살아있어도 제 정신으로 살아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내 성격은 오히려 전여친과 비슷하다. 둘다 화끈하고 외성적이고 급하고 말이 많다... 내 성격이 상남자 스타일이라면 지금의 아내는 천상여자다. 아내와 나는 심지어 생활 사이클도 좀 다르다. 나는 1시 넘어서 잘 때가 많고, 아내는 9시나 10시면 이미 자고 있다. 대신 휴일 오전에 난 잘때가 많고 아내는 일찍 깬다. 이게 처음엔 불편했지만 이젠 서로 그러려니 하고 이해를 한다. 취미도 남성적 취미/여성적 취미로 확연히 다르지만, 서로의 취미를 배려해주고 서로 동참하려 애쓴다.
가치관은 비슷한 것은 편리하다.
예를 들어 소비에 대한 가치관이 비슷하면 여행 하나를 해도 아낄 것인지, 좀 럭셔리하게 갈 것인지 다투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런 가치관이 다를지라도 서로 열심히 소통하고 이해한다면 그도 극복하지 못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치관이 다른 건, 좀 더 소통하고 타협해야 하기에 조금 불편한 거지 극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난 전여친과 만나는 동안 내내 우울했다. 스톡홀롬 신드롬인지, 홧병 같기도 하고 내 다른 여자사람 친구는 나더러 매맞는 여자 신드롬에 걸린 것 같다고 했다. 솔로보다도 훨씬 불행한 우울증 유발성 연애였다. 오래전 일이지만 그 여자는 지금도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거의 매달에 한번은 그 전여친이 꿈에 나와 서로 싸우고 화내는 악몽을 꿨다. 아침에 일어나면 땀이 삐질삐질... 다행히 지금의 아내를 만난 이후로 그 전여친은 차츰 꿈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
소통과 배려의 문제!
성격이 비슷해서 잘 만나는 커플이 있고, 우리 부부처럼 성격이 반대여도 행복한 커플도 있을 것이다. 가치관이 비슷해서 잘 만나는 커플이 있을 것이고, 가치관이 반대여도 잘 만나는 커플도 있을 것이다. (노력은 좀 더 필요할 것이다) 요컨데 중요한 것은 성격이니 가치관이니 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서로가 성실하게 소통하려 하느냐의 문제 아닐까. 내 귀는 막고 상대방을 향해 고함을 지르면서 우리 연애/결혼생활은 왜 이리 불행한가 한탄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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